2025년 5월 기상청은 8km 격자간격의 KIM을 정식으로 운영한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촘촘한 고해상도 수치예보모델로 현재 운영 중인 전지구 수치예보 모델 가운데 최고 수준의 정밀도를 자랑합니다. 현재 전지구 수치예보 모델을 운영하는 국가는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캐나다, 독일, 중국, 러시아 등입니다. 그렇다면 수치예보모델은 무엇이며, AI 기상예보의 기술발전은 어디까지 와 있는지 궁금해서 국내외 현황을 살펴보았습니다.
1. 수치예보(NWP, Numerical Weather Prediction)모델
수치예보(數値豫報)모델은 수학적·물리학적 방정식으로 대기의 움직임을 계산하여 미래의 날씨를 예측하는 모델입니다. 부연하자면 기온, 기압, 습도, 바람 같은 대기 상태를 숫자(수치)로 표현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 상태를 수식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수치예보"라고 부릅니다. 현재는 슈퍼컴퓨터로 계산하여 날씨를 예측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지구 대기의 움직임과 상태를 수학 방정식으로 표현하고, 그걸 슈퍼컴퓨터로 계산해서 미래의 날씨를 예측하는 방법입니다. 예보관들은 수치예보모델을 활용하여 예측값을 활용하고, 이에 기반하여 최종 날씨 예보를 제공하게 됩니다.
수치예보의 개념은 1904년 노르웨이 기상학자 빌헬름 비르크네스(Vilhelm Bjerknes)가 “날씨는 수학적으로 예측 가능하다”는 이론을 제안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당시엔 계산 능력이 없어 실현 불가했는데요. 이것을 1950년 미국 프린스턴 IAS에서 존 폰 노이만과 기상학자 줄스 찰니 등이 ENIAC 컴퓨터로 최초의 수치모델 실행하면서 24시간 예보가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그 역사를 간략히 살펴보면, 미국, 유럽 등에서 점차 컴퓨터 성능 향상되면서 대규모 격자 기반의 전지구 모델 개발 시작되었는데, 1960년대 말 미국 NOAA, 영국 Met Office, 일본 JMA 등에서 초기 전지구 모델 개발되었습니다. 유럽의 경우 1975년 18개국이 협력해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 European Centre for Medium-Range Weather Forecasts)의 IFS(Integrated Forecasting System)를 설립하였는데, 현재는 유럽 35개국 이상이 공동 운영하며, 전지구 중기예보(1~15일) 제공과 기후 분석, 데이터 동화 등을 연구합니다. ECMWF의 IFS 모델은 예산·인력·연구 역량이 집중되어 현재 세계 최고의 정확도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특히 강수, 온도, 바람, 지표면 상태 예보의 정확도가 매우 높아 많은 국가들이 이 모델을 참조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ECMWF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1980~1990년대에는 위성 데이터 활용이 본격화되었고, 21세기에 들어서는 고해상도와 슈퍼컴퓨터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전지구모델이 지역모델(국지모델)과 연결되어 연계모델 시스템을 구축하였습니다. 최근에는 세계 각국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기상예보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 기상예보 모델로는 2024년에 개발된 엔디비아의 ‘어스(Earth)-2’와 구글의 ‘잰케스트(GenCast)’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이 모델들에 대해서는 “인공지능(AI) 기상예보_엔디비아의 어스-2와 구글의 잰케스트”라는 글에 소개하였으니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2. 한국형 수치예보 모델(KIM, Korean Integrated Model)
한국의 인공지능(AI) 기반 기상예보 시스템은 최근 몇 년 사이에 급격히 발전하여, 정확도와 실시간 대응 능력이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이전 우리나라의 일기예보는 일본기상청(GSM)과 영국기상청(UM)의 예보모델을 사용하였습니다. 기상청은 2019년 7월 인공지능 기상예보 보좌관 ‘알파웨더(Alpha weather)’를 개발하여, 2020년부터 한국형 수치예보 모델인 KIM의 운영을 시작하였습니다. 알파웨더는 차세대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여 예보관의 예보생산과정을 학습한 후 시간당 100GB(약 15만 개)의 데이터를 활용·분석하여 예보관이 신속·정확한 예보정보를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인공지능프로그램입니다. 이로써 한국은 국내 기술력으로 세계에서 9째로 전지구 수치예보 모델을 운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알파웨더는 개발 당시 2019년부터 207년까지 3단계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었습니다.
1단계(2019~2021년): 알파웨더가 예보관의 예보생산과정을 학습하여 예보관이 기상특보, 기상정보를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개발. 2단계(2022~2024년): 지역별 다양하고 특화된 기상예보가 가능한 ‘우리 동네 스마트 파트너(Smart Partner) 알파웨더’를 개발. 3단계(2025~2027년: 국민 개개인을 위한 일상생활 패턴에 맞는 기상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나만의 스마트 파트너(Smart Partner) 알파웨더’를 구축하여 개인별 맞춤형 기상정보 제공.
이러한 개발 단계에 맞춰 2022년에는 빈번히 발생하는 국지적 위험 기상현상의 정확한 위치와 강도를 예측하기 위해 한국형 지역 수치예보 모델을 개발하였습니다. 그리고 2025년 5월 14일 기상청은 기존 12km 격자간격에서 한층 상세해진 8km 격자간격의 KIM을 정식으로 운영한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촘촘한 고해상도(8km) 수치예보모델입니다. 유럽중기예보센터 ECMWF(9km) 영국(10km), 일본(13km)보다도 높은 해상도를 기록하며, 현재 운영 중인 전지구 수치예보모델 가운데 최고 수준의 정밀도를 자랑합니다. 현재 전지구 수치예보 모델 운영 국가는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캐나다, 한국, 독일, 중국, 러시아 등입니다. 우리나라의 AI 기반 기상 예보 시스템은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데이터 확보를 통해 더욱 정교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기후 변화에 따른 극단적인 날씨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예측 정확도 향상과 함께 다양한 분야와의 융합이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3. 수치예보(NWP)모델을 대체한 아드바크 웨더(Aardvark Weather)
수치예보모델을 대체하였다는 것은 슈퍼컴퓨터의 도움 없이 날씨 예보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2025년 3월 ‘아드바크 웨더(Aardvark Weather)’라는 AI 기반 예보 시스템이 개발되었습니다. 이것은 케임브리지대학교, 앨런 튜링 연구소,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 유럽중기기상예보센터(ECMWF) 등과 협력하여 개발한 AI 기반의 종단간(end-to-end) 날씨 예보 시스템입니다. 이 시스템은 기존의 수치예보(NWP)모델을 대체하여, 슈퍼컴퓨터 없이도 일반 데스크톱 PC에서 고속·고정밀 예보를 가능하게 합니다.
아드바크 웨더는 원시 관측 데이터인 위성, 기상관측소, 선박, 기구 등을 직접 처리하여 예측을 생성하는 완전한 AI 기반 시스템입니다. 기존 시스템보다 처리가 10배 빠르고, 수천 배 적은 에너지로 예측 수행이 가능하므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GFS(Global Forecast System)와 비교하여 여러 변수에서 우수한 성능을 보이며, 10일 선행 예측까지 가능합니다. 그리고 농업, 재생 가능 에너지, 재난 대응 등 특정 산업이나 지역에 특화된 맞춤형 예측이 가능하며, 고성능 컴퓨터나 전문 지식 없이도 데스크탑 컴퓨터에서 실행 가능하기 때문에 접근성이 용이합니다.
그러나 10일 이상의 예보에서는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학습 데이터가 과거에 기반을 두고 있어, 기후 변화로 인한 새로운 패턴을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 기반 시스템의 정확도는 학습데이터의 양과 비례하기 때문에 ERA5와 같은 방대한 데이터셋이 필요하며, 데이터가 부족하거나 품질이 낮으면 예측 정확도가 저하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데이터 업데이트와 품질 관리가 요구됩니다.
※ 이 글은 기상청 보도, 동아사이언스, 조선일보, AI 매터스, 전기신문 등을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