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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희토류(稀土類) 패권’의 비밀

eldorado2030 2025. 6. 13. 21:21

2025611일(현지 시) 트럼프는 그동안 중국과 격화되었던 무역·관세 갈등에서 한발 물러서게 되었다. 그 이유는 바로 희토류때문이다. 희토류는 주기율표에서 란탄족 원소 15개(란타넘~루테튬)와 스칸듐(Sc), 이트륨(Y)을 포함한 총 17개 원소를 말한다. 희토류는 전자 구조가 특이해서 자기성·광학성·전기적 반응이 뛰어나고, 서로 화학적으로 매우 유사하여 비슷한 반응성과 화합물 구조를 가지는데, 이 두 특성이 합쳐져서 고성능 전자제품, 자석, 배터리, 레이저 등을 만드는 데 핵심 소재로 사용된다. 그런데 이런 세계의 희토류 시장을 중국이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오늘은 중국이 어떻게 희토류 패권을 장악할 수 있었는지 알아보고, 그에 따른 국제적 영향력에 대해서도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1. 희토류(稀土類)는 무엇인가?

희토류는 주기율표에서 란탄족 원소 15개(란타넘~루테튬)와 스칸듐(Sc), 이트륨(Y)을 포함한 총 17개 원소를 말한다. 영어식 표기는 ‘rare earth elements(REEs)’이다. 직역하자면, ‘드물게 존재하는 금속 원소이다. "earth"는 여기서 ''보다는 고대 화학에서 사용되던 금속 산화물을 의미한다. 이들은 매우 특이한 자기적, 광학적, 전기적 특성이 내포되어 있어서 현대 기술의 핵심 소재로 사용된다. 이 중 Nd(네오디뮴), Pr(프라세오디뮴), Tb(터븀), Dy(디스프로슘)는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영구자석 제조에 사용되는 미래산업의 핵심 원소이다.

 

스마트폰, 전기차, 풍력 터빈, 미사일 유도장치, MRI, 군사용 레이더 등등, 희토류 없이는 오늘날의 하이테크 산업도, 방위 산업도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희토류는 사실 이름과 달리, 실제로는 지상에서 그렇게 드문 원소가 아니다. 희토류 원소들은 은보다 흔하고 납보다 많은 양으로 존재하며, 많은 광물 속에 포함되어 있다. 다만, 희토류 원소들이 지표에 흩어져 있고, 채굴 및 가공 과정이 까다로워 희토류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그런데 2025년 현재,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약 90%가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2. 중국은 어떻게 희토류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는가?

198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 호주, 캐니다 등 서방 국가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구도가 변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환경단체들이 대대적으로 희토류 생산에 반발하기 시작하면서다. 그 이유는 희토류 1t를 정제하기 위해서는 6,300L의 황산 혼합폐가스, 20L의 산성폐수, 1.4t의 방사성 공업폐수 등이 발생하기 때문에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 때문이었다. 미국 내 희토류 광산회사들은 소송에 몰리고, 빌 클린터 행정부의 환경보호 기조까지 겹치면서 희토류 광산이 폐쇄되기 시작하였다.

 

이 틈을 타고 중국은 정부가 전략적으로 생산을 주도하면서, 희토류를 대량 채굴하고, 낮은 환경 규제 아래 저렴하게 공급하면서 글로벌 시장을 잠식해 나갔다. 희토류는 그냥 캐는 것보다 정제하고 가공하는 과정이 훨씬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든다. 중국은 채굴뿐만 아니라, 그 정제 기술과 산업 체계를 빠르게 구축하였고, 2025년 현재, 희토류 제련과 분리 공정의 85~90%를 차지함으로써 희토류 패권을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이다.

 

1992년 덩샤오핑(鄧小平)은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中東有石油, 中國有稀土).는 지침을 내린 뒤, 중국은 30년에 걸친 치밀한 희토류 공급망 구축에 들어갔다. 중국 정부는 희토류를 '전략 자원'으로 보고 수출 통제, 국영기업 중심 통합, 생산량 제한 등의 정책을 시행한 것이다. 이는 자원 개발을 넘어 외교적 수단이 되기도 하였다.

 

3. 트럼프의 막무가내 정책을 물러서게 한 희토류

중국이 희토류의 패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은 언제든지 경제적으로나 외교적으로 무기화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 바로 지난 4월 중국이 희토류 수출에 대한 제한 조치 시행이다. 이는 미국이 중국을 비롯한 무역 상대국에 대해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데 대한 보복 조치의 일환이었다.

 

그동안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며 국제 사회에 막무가내 정책을 펼쳤던 트럼프는, 6월 11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Truth Socia)"중국이 미국이 필요로 하는 모든 영구자석과 희토류를 우선적으로 공급하기로 했고, 우리는 미국 대학에 재학 중인 중국 유학생들과 관련된 사항을 포함한 합의를 중국에 제공함으로써 무역 협상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중국은 미국에 대한 희토류 수출 제한을 일부 완화하여 향후 6개월 단위로 희토류 수출 허가를 발급하기로 하였고, 미국은 중국 유학생에 대한 비자 제한을 일부 완화하여 중국 유학생들의 대학 입학 기회를 유지하기로 하였다. 이러한 합의는 611일 런던에서 열린 미·중 무역 협상 결과로, 양국 간의 경제적 상호 의존성을 고려한 조치이다. 그러나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향후 추가 협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희토류가 무기화된 사건은 이전에도 있었는데, 바로 2010년의 센카쿠 열도 분쟁이다. 중국은 일본과의 영토 분쟁이 격화되자,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였다. 이는 공식 발표 없이 통관 지연, 수출 허가 중단, 세관 절차 지연 등 비공식·비공식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졌다. 일본은 중국 정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국제 사회에 이 문제를 제기했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이 문제를 제소하였다. 2014WTO가 중국의 수출 제한은 정당화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중국은 희토류 수출 제한을 완화하였다. 이후 일본은 미국과의 안보 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고, 미일 동맹에 대한 국내 지지도 상승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두 사건은 전 세계에 중국이 외교적 분쟁에서 자원을 무기화할 수 있다는 현실을 보여주었다.

 

4. 다른 나라의 대응과 우리의 대응

그렇다면 미국을 비롯하여 다른 나라들은 희토류 문제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을까? 지금은 여러 나라들이 희토류의 공급망을 다양화하려고 노력 중이다. 미국은 희토류 정제 공장을 신설하거나 재건하고, 국방부 차원의 전략 자원을 비축하고 있다. 호주는 희토류 채굴을 확대하고 동남아에 정제 인프라 투자를 하고 있고, 유럽 연합(EU)은 2024년 3월 핵심 원자재법(CRMA)을 제정하여 희토류의 자체 생산과 재활용 방안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 연구진이 희토류 금속의 재활용률을 높일 기술을 개발하였다. 202411월 최재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물자원순환연구단 책임연구원이 이끄는 연구진이 희토류 금속 재활용 효율을 높이는 ‘나노 구조 섬유’를 개발한 것이다. 그리고 희토류 매장 세계 2위인 베트남과 공급 협력 중에 있다.

 

우리나라에도 희토류가 매장돼있긴 하지만, 채굴하기엔 경제성이 매우 떨어지고 환경 오염 문제도 심각하여 현재 우리나라는 희토류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만약 희토류 채굴 및 환경 보존 기술이 한 단계 도약해 경제성이 확보된다면 우리나라도 장기적으로는 채굴을 검토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현시점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희토류 문제는 외교나 무역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 전기차, 드론, TV, 심지어 냉장고에 이르기까지 그 기술의 핵심에 희토류가 있다. 따라서 우리는 자원이 어디서 오는지, 누가 그것을 통제하고 있는지. 그리고 미래 기술이 어떤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지를 더 많이 알고 고민하며, 국가적인 차원에서 대응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비록 작지만 거대한 힘을 가진 희토류에 대한 중국의 패권 장악은 단순히 경제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자원의 패권이고, 미래산업에 대한 통제력이며, 때론 외교적 갈등의 원천이기도 하다. 국경이 무색한 지구촌 시대에 살면서 어떤 자원이 어느 나라의 손에 있는가에 따라 우리 경제, 우리 안보, 우리 기술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 스마트폰 속의 작은 금속 하나가, 오늘날 패권을 좌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이제는 결코 사소해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이 글은 한국경제, 조선일보, 중앙일보, 연합뉴스, 경향신문, 한국무역협회, BBC 등을 참고하여 작성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