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박스쿨과 늘봄학교 그리고 손효숙 대표
최근 '리박스쿨' 사건이 세간을 들썩이고 있다. 리박스쿨은 자손군이라는 ‘댓글부대’를 동원하여 온라인 공작 활동을 이어왔고, 초등학교 ‘늘봄학교에 강사’를 파견하여 학생들에게 왜곡된 역사관을 주입시켜왔다. 대표인 손효숙은 ‘프리덤 칼리지 장학회’도 설립하였는데, 이 장학회 후원을 받은 학생들이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에 임명되기도 하였다. 현재 전국 7개 지역 57개교, 총 43명의 강사가 리박스쿨과 연관된 것으로 파악되었고, 교육부 장관 이주호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도 이 단체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것이 확인되었으며, 전광훈 며느리 또한 리박스쿨의 강사로 활동한 것이 밝혀졌다. 이외에도 리박스쿨은 많은 보수단체와 교육부를 비롯한 국공립기관과도 연계되어 있음이 확인되었다. 오늘은 보수교육단체인 리박스쿨의 실체에 대해서 밝히고자 한다.
1. 댓글공작 사관학교 리박스쿨
리박스쿨의 명칭은 리승만과 박정희의 성을 각각 한자씩 따와서 만든 것이다. 리박스쿨의 대표는 손효숙인데, 아래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루기로 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리박스쿨은 대외적인 브랜드명이고, 공식단체 이름은 ‘대한민국역사지킴이’로 비영리임의단체로 등록돼 있다고 한다.
이전에도 이른바 보수세력은 댓글부대를 양성하여 정치 선동에 동원하였다. 그러나 초등학교 방과 후 강사(늘봄학교) 자격증 발급을 미끼로 댓글공작 참여자를 모으고, 늘봄학교 강사로 파견하여 학생들에게 왜곡된 역사관을 주입시킨 사실이 밝혀지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리박스쿨의 활동은 ‘댓글공작’과 ‘늘봄학교 강사양성’이 두 축을 이루고 있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리박스쿨은 ‘자손군’이라는 댓글부대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번 6·3대선에서 국민의힘 승리를 목적으로 온라인 공작 활동도 하였다. 자손군이라는 이름은 ‘댓글로 나라를 구하는 자유손가락 군대'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리박스쿨 등 보수단체들이 자손군과 같은 댓글공작 부대를 운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이들은 지속적으로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국민의힘을 비호하고, 더불어민주당을 비난하는 댓글공작을 하고 있다.
리박스쿨의 실체를 파헤친 곳은 바로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다. 이곳은 99% 시민을 위한 비영리, 비당파, 독립 언론기관으로, 전국언론노동조합의 지원 하에 MB 정부 때 해직된 기자, 피디와 탐사보도 전문 언론인들을 중심으로 설립되었다. 뉴스타파라는 이름은 "정권의 눈치를 보는 기존 언론의 뉴스를 타파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뉴스타파의 인턴기자가 리박스쿨에 잠입하여 촬영한 것이 세상에 공개된 것이다.
2. 늘봄학교 강사양성과 리박스쿨
뉴스타파에 따르면, 리박스쿨에서 아이들을 상대로 진로·역사 등을 교육한 강사가 댓글부대 ‘자손군의 단장인 최모씨’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노인들을 상대로 국민의힘 총선 승리를 위한 휴대폰 사용 교육까지 진행한 것으로 파악되었으며, 리박스쿨이 운영하는 늘봄학교 프로그램 1기 과정부터 강사로 참여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교육부의 늘봄학교 지원예산이 이곳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중앙일보와 연합뉴스 보도자료에 따르면, 리박스쿨은 ‘한국늘봄교육연합회’라는 단체 명의로 과학·예술분야 프로그램을 서울교대를 통해 서울 시내 10개 학교의 늘봄학교에 제공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해당 프로그램은 창의과학 분야인 ‘두근두근 신나는 실험과학’과 문화예술 분야인 ‘오감으로 느끼는 그림책’이다. 서울교대는 해당 프로그램 운영을 즉시 중지하고 업무협약 취소를 검토하기로 하였다. 서울교대의 늘봄 예산 12억 중 일부가 리박스쿨측에 지급된 것이다.
리박스쿨의 실체가 밝혀지자, 교육부는 6월 초부터 지난 13일까지 17개 시도교육청과 함께 전국 모든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2021년부터 현재까지 늘봄학교 강사들의 리박스쿨과의 관련 여부를 서면 조사하였다. 조사 결과 17개 시도 가운데 서울·부산·인천·광주·대전·경기·강원 등 7개 지역 57개교, 총 43명의 강사가 리박스쿨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부산과 경기에선 2022년부터 4년간 리박스쿨 관련 강사가 꾸준히 방과후 수업을 해 온 것으로 조사되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서울(14곳·14명), 경기(10곳·6명), 인천(5곳·2명), 부산(4곳·2명), 광주(3곳·1명), 강원(1곳·1명) 순으로 파악되었다. 이들은 최대 4년간 늘봄학교 수업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으며, 현재 32명은 여전히 늘봄학교에서 강사로 활동 중이다. 교육 당국은 해당 학교에 대한 현장 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이들의 출강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한국늘봄연합회 등에 법적 조치를 하기로 하였다.
3. 교육부와 리박스쿨의 수상한 연결고리
리박스쿨이 강사를 파견하고 있는 늘봄학교의 예산을 살펴보면, 2024년은 총 1조 5,501억원(특별교부금 3,000억원, 보통교부금 1조 2,501억원)으로 전년 대비 6,994억원 증가하였고, 2025년에는 초등학교 1학년과 2학년으로 맞춤형프로그램 대상이 확대됨에 따라 예산이 추가투입될 예정이다. 2조에 육박하는 엄청난 규모의 예산이 늘봄교실에 투입된 것이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이명박 정권에서 교육부 장관을 역임한 인물이다. 경향신문 단독기사에 따르면,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서울 대치동 입시컨설팅 업체 A사 대표가 발행하는 입시 매거진인 <대학 합격의 길>의 재창간 축하 인사와 칼럼을 실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A사는 리박스쿨의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 발급 기관이다. A사 대표는 리박스쿨이 늘봄학교 강사양성에 활용한 창의체험활동지도사 자격증 발급 기관인 한국교육컨설팅연구원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선 교육부와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가 리박스쿨의 협력단체인 대한민국교원조합(이하 대한교조)과 같은 극우성향 교육단체를 교육정책 관련 의견수렴의 대상으로 삼은 사실도 계속 확인되고 있다. 이 단체는 교사노조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교원단체의 10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치는 규모인데, 이번 대선에선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정책 파트너로도 참여하였다.
교육부는 리박스쿨 관련 단체와의 관계에 대해 해명해야 할 것이며, 리박스쿨과 ‘한 몸’처럼 움직이는 입시컨설팅 업체 A사와 이주호 장관과의 관계 또한 규명해야 할 것이다. 최근 많은 의혹과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는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나 늘봄학교 등의 교육정책은 대한교조와 같은 극우성향 교육단체의 지지를 근거로 추진되었다. 때문에 일각에선 정책지지의 대가로 단체 인사들에게 각종 위원 등 보직을 제공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국가가 책임지는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과 돌봄”을 슬로건으로 한 늘봄학교!
과연 진정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과 돌봄을 목표로 추진된 정책인가? 아니면 극우성향의 미래세대 구축을 위한 정책인가?
4. 리박스쿨 손효숙 대표
리박스쿨의 대표인 손효숙은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하여 5급 사무관인 오산우체국장으로 퇴직한 인물이다. 손효숙은 교육부의 교육정책자문위원으로 임명되었는데, 이는 리박스쿨과 교육부가 무관하지 않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이번에 뉴스타파를 통해 리박스쿨의 실상이 세상에 공개되자, 교육부는 6월 1일자로 손효숙을 교육정책자문위원에서 해촉하였다.
한겨례 보도에 따르면, 리박스쿨 손효숙 대표와 늘봄학교 강사용 자격증을 발급해 온 ‘한국늘봄교육연합회’ 대표가 모녀 사이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교육부는 리박스쿨이 한국늘봄교육연합회 이름으로 서울교대와 지난 2월 업무협약을 맺고 서울 지역 10개 학교에 프로그램을 공급한 사실을 확인했다. 오늘(6월 18일) 교육부는 리박스쿨과 관련된 한국늘봄교육연합회 대표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였다고 한다. 과연 교육부는 리박스쿨과 무관한가?
리박스쿨은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첫해부터 학교 출강 강사 등을 통해 초등학생들에게 뉴라이트 역사관을 가르치려 계획하였고, 다른 우파 교육시민 단체들과 ‘늘봄학교 필승을 위한 모임’을 결성해 늘봄학교 진출을 도모하였다고 한다. 한겨레가 11일 보수 교육단체들의 활동을 살펴본 결과,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는 대한민국역사지킴이(대표), 함께행복교육봉사단(공동대표), 국가교육개혁국민협의회(공동대표), 우남네트워크(공동대표), 글로리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과 딸이 대표로 있는 늘봄교육연합회 등 최소 9개 단체를 만들거나 관여하였다고 한다.
‘댓글공작단체’와 협력 ‘늘봄단체’가 서울교대에서 ‘직강’한 사실이 과연 우연인가?
손효숙은 ‘프리덤 칼리지 장학회’를 설립하기도 하였다. 이는 본인의 말을 빌자면, 2019년 12월부터 리박스쿨을 시작하면서 형편이 어려운 활동가들을 지원하자는 취지로 시작하였는데, 현재는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고 한다. 그런데 이 장학회의 후원을 받은 보수 성향의 대학생 단체 인사들이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 비상임이사로 잇따라 임명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프리덤 칼리지 장학금을 받은 김건 신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이하 신전대협) 3기 의장이 2024년 5월 3년 임기의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되었으며, 김태일 신전대협 2기 의장도 국가교육위원으로 활동하였다. 신전대협은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설립한 장학회가 후원한 보수 성향 청년 단체다. 이외에도 리박스쿨과 연관된 국가교육위원으로는 김주성 전한국교육원대 총장(리박스쿨 정치학교장), 연취현 법률사무소 와이 대표(대한교조 자문변호사), 장신호 서울교대 총장, 조윤희 대한교조 위원장, 박상윤 대한교조 사무총장 등이 있다.(뉴스타파 명단 참고)
국민의힘 정치인들과 리박스쿨의 유착 관계도 점차 드러나고 있다. 이번 대선에 출마했던 김문수 후보가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시절이던 지난 2023년 10월경 리박스쿨 손효숙 대표와 가까운 사이였고, 함께 식사를 한 적도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그리고 다수의 윤석열 정부 관계자들과 국민의힘 인사들이 리박스쿨과 그 주변을 드나든 사실도 확인되었다. 리박스쿨은 단독으로 댓글부대를 운영한 것이 아니라, 보수단체들을 모아 댓글공작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자손군’을 양성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리고 극우 집회를 주도하는 전광훈 목사의 며느리 양 모 씨가 리박스쿨의 특강 강사로 참여한 사실도 드러났다. 그는 리박스쿨의 초청을 받아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주 2회, 6시간씩 특강을 진행했다고 자신의 유튜브 채녈에서 공개한 바 있다.
리박스쿨과 같은 보수단체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한다. 이들은 보수라는 이름으로 역사를 왜곡시키고, 이것을 다음 세대에 세뇌시키려 하고 있다. 초대 통감으로 온 이토히로부미가 우리나라에 와서 가장 먼저 저지른 만행이 바로 우리나라의 역사를 왜곡시킨 일이다. 뉴라이트와 같이 드러난 것과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리박스쿨과 같은 곳에서 지금도 앞으로도 이러한 역사 왜곡이 자행될 것을 생각하면 통탄을 금할 수가 없다.
역사가 암기과목으로 전락한 작금의 교육과정도 문제이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나라 교육 전반을 깊이 있게 성찰해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을 '암기가 아닌 통찰'을, '비난이 아닌 비판의식'을 가질 수 있는 사람들로 키워야 한다. 교육이 변해야 비로소 세상이 변하는 것이다. ‘교육은 백년대계(敎育百年之大計)’라는 슬로건이 사전 속의 말로만으로 남지 않기를 간절히 바래 본다.
※ 이 글은 뉴스타파, 중앙일보, 한겨례, 문화일보, 교육부, 글로벌 비즈 뉴스, 교육언론 창, 미래한국, 겨자씨신문 등을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